IT / Science/생각

유통기한 임박한 소세지를 싸게 판다?

Arsen 2015. 11. 23. 18:00

플랜Z 와 떨이상품

매년 이맘때쯤이면 나오는 김난도 교수등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의 전망 키워드는 아래와 같다.

‘플랜 Z’, 나만의 구명보트 전략 
과잉근심사회, 램프증후군 
1인 미디어 전성시대 
브랜드의 몰락, 가성비의 약진 
연극적 개념소비 
미래형 자급자족 
원초적 본능 
대충 빠르게, 있어 보이게 
‘아키텍키즈’, 체계적 육아법의 등장 
취향 공동체 

성장 정체와 금리 인상등의 여파로 전반적인 경제 침체를 맞이하고 있는 한국에서, 위의 2016년의 주요 키워드들을 다시 정리해 보면 '효율적으로 아끼자'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플랜Z는 플랜A,B를 이미 넘어서 벼랑끝까지 갈정도가 되었는데 도저히 못버틸때 실행하게되는 마지막 플랜인데, 거시적인 경제상황에 따라서 이제 우리는 흔히들 말하는 '플랜B'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무언가 충격적인 '플랜Z'를 시행해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플랜Z에도 부동산, 취업(직장)등 여러 분야가 있겠지만,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의,식,주 가운데 가장 조절이 쉬우면서도 자주 소비하고, 반복적 구매행태가 일어나는 '식'은 플랜Z의 핵심이자 가장 쉽게/자주 조절할 수 있는 항목이다. 대부분의 식품에는 유통기한이 있다. 식품의 종류에 따라 짧을 수도, 길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식품은 유통기한을 가지고 있고, 그 유통기한 시작 후, 종료전에 구매와 소비가 동시에 일어나야 한다.

통기한은 실제 상품을 소비할 수 이는 기한이 아니고, '구매'를 할 수 있도록 '판매'를 할 수 있는 기한

재미있는 점은, 통기한은 실제 상품을 소비할 수 이는 기한이 아니고, '구매'를 할 수 있도록 '판매'를 할 수 있는 기한이라는 것이다. 제조/유통업체들은, 소비자가 언제 상품을 구매하여 보관할지 모르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먹어도 되는 마지막 D-day 까지에서 상품을 소비할 수 있는 일반 기간을 역산하여 유통기한을 정할 수 있다.

실제 소비가 가능한 소비기한은 보건복지부에서 2013년 7월부터 소비기한 제도를 시행하였고, 실제적으로 존재하는 기한은 시간순으로 제조일자, 유통기한, 품질유지 기한, 소비기한 네가지로 구분되나, 강제적인 표기등에 대한 규칙은 미비하거나, 자율성이 부여되어, 대부분의 우리가 보는 기한은 '유통기한'을 표기하고 있다. 그러나 통기한은 4개 날짜 중에 두번째에 해당하는 중간쯔음에 있는 날짜일 뿐, 실제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기간은 더 길다는것을 예측할 수 있다. 물론 상품의 종류에 따라,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의 gap이 하루 이틀내로 매우짧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상품은 그렇지는 않을것 같다.

오늘이 1월 1일이고, 구매한 우유가 가령 유통기한 1월 15일이라고 해보자. 1일 부터 판매하기 시작하였으니, 1일부터 15일까지 자유롭게 구매가 가능하다. 하지만 구매 날짜는 건마다 다 다르다. 1일날 구매를 해도, 14일날 구매를 해도 가격은 같다. 문제는 '가격이 같다' 라는 의미 속에 담겨있는 의미이다. 구매한 가격으로 상품을 소비할때 상품만 소비하게 되는게 아니라, 유통기한도 같이 소비하게 되는것이다.

우유가 천원이라면, 
1일날 구매자는 천원 지불 / 우유 한팩 / 유통기한 15-1일 = 14일  지급받게 됨
14일날 구매자는천원 지불 / 우유 한팩 / 유통기한 15-14일 = 1일 지급받게 됨

경제적 관념으로 보았을때, 구매한 가치에 맞는 상품을 전달 받아야 하는데, 같은 곳에 같은 상품, 같은 가치(재화의 가격 변동성이 없다는 전제하에)의 제품을 구매하더라도, 또다른 요소인 유통기한에 따른 다른 제품을 전달받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상품의 신선도가 떨어지는것도 어느정도 있겠지만, 채소나 계란등 특정 제품군을 제외하면 대다수의 식품(특히 가공식품)들은 유통기한내에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은듯 하다.


이몰의 등장

위와 같은 gap을 이용하여 가격 경쟁력(인하)를 제공하는 사이트가 일명 떨이몰이다.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들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쇼핑몰로써, 약 2~3년전부터 조금 활성화가 되가고 있는 듯하고, 정확한 통계가 없으므로 시장점유율등을 알 수는 없지만, 식품을 주요 카테고리로하는 주요 업체로 떨이몰, 이유몰, 임박몰등이 있다. 
서비스의 주요 골자는, 구매하고 짧은 시간내에 소비할 계획이므로 사실상 가치가 비슷한 제품들을(유통기한 많이남은 or 임박한) 동일 가격에 사느니, 지급받는 유통기한 잔존기한이 짧은 만큼, 가격을 다운시켜서 구매할 수 있도록 만든다. 인듯 하다.


<대표적인 떨이몰 '떠리몰'. 7천원 케이크를 유통기한 17일 남기고 73% 할인하고 있다>


싸게 사서 좋긴한데, 유통기한이 임박하면 불안하지 않나? 먹어야하는 압박감이 있을 수도 있지 않나. 라는 부분을 잠식시킬 수 있는것이 위에서 미리 설명한 '소비기한'의 개념이다. 이 소비기한의 개념은 유통기한 뒤에 배치되어 식품 위생에 대한 신뢰와 안전을 최소한으로 보장하는 안전 버퍼의 개념이다. 소비기한이 뒤에 버텨주고 있기에,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이라도 신뢰하고 먹을 수 있는것이며, 실제로 문제들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것이다.
하지만 말그대로 유통기한은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최종기한이기 때문에, 해당 기한이 지나면 폐기 처리하여 가치가 0이되기 전까지 처분해야한다. 따라서 금액의 가격은 점점 낮아 질 수 있으며, 제품 생산자와 유통업체는 유통기한을 또다른 가치항목중 하나로 생각하고, 매입하여 소비자에게 더욱 싼 가격으로 전달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개념은 채권의 할인율와 가격관계와도 비슷한 개념으로 생각하면 된다.

2016년 플랜 Z 상황하에서 떨이 상품은 더 잘 팔릴것이다.

경제가 더욱 침체기에 들어서고, 1인가구 증가, 가공/건강 식품등의 판매 증가등에 따라 조금이라도 싸게 떨이 제품들을 구매하려는 심리는 커질 것이다. 다만, 시장규모가 어느정도 될지는 아직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현재 성장하고 있는 주요 업체들에게는 좋은 기회지만, 역으로 대형 커머스 플랫폼에서 진출하게 된다면, 그들만의 차별화 전략도 필요해 보인다. 파이가 커질 수록 어려운 경쟁상대들이 나타나기 마련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