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Reader,leader's view

#1] "이공계 출신에게 보내는 제언" [SK 이노베이션 김현석님, KAIST T-MBA]

Arsen 2013. 2. 26. 14:52

앞으로 Reader, Leader's view는 각기 다른 분야에서 겪은 경험과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곳이 되려고 한다.
첫번째 Reader,Leader's view는 SK 이노베이션에서 기업체 파견으로 KAIST MBA에서 공부중이신 김현석님의 기고를 소개해드리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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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몇 몇 동기 분들과 나눈 이야기들 중 다른 분들과도 공유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주로 이공계 출신으로 경력전환을 꾀하는 동기 여러분들께 드리는 제언이 될 것 같습니다.

* 이공계 출신분들께 드리는 제언

 사실 이 부분은 적기가 조금 조심스럽네요. 제가 동기 여러분들보다 대단히 많은 경험을 한 것도 아니고, 화려한 경력을 가진 것도 아닌데 이러쿵 저러쿵 조언을 한다는 것이 웃긴다고 생각합니다. 허나 그 동안 부족한 저에게 다가와 진로에 대한 고민을 나누어준 분들이 몇 분 있었다는 사실에 용기를 내어 두 가지 제안을 해 보려고 합니다.

 첫째는 이름에 전략이나 기획이 들어간 부서에는, 다른 부서에서 최소 5, 바람직하게는 10년 이상의 경험을 하고 그 분야에 관한 한 회사 내의 reputation을 쌓은 후 가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 다른 부서는 support function이 아닌 value chain 내의 primary function 부서가 되면 좋겠습니다. 왜일까요? 전략이나 기획부서에서 근무하는 것은 힘들지만 대단히 좋은 경험인 것이 사실입니다. 회사가 돌아가는 메커니즘을 알게 되면서 시야가 넓어질 뿐 아니라, 높은 위치에 있는 분들을 옆에서 보좌하면서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회계 부서에서 10년 근무하면 회계전문가가 되고, 마케팅 부서에서 10년 근무하면 마케팅전문가가 되겠지만, 전략부서에서 10년 근무한다고 해서 전략전문가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것 저것 들은 풍월은 많아지겠지만요. 전략을 잘 세우려면, 저희가 전략경영 시간에 배우는 이론적인 기초도 필요합니다만, 실제 현장의 최일선에서 일어나는 오퍼레이션에 대해 깊이 있는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그리고 한 분야를 깊게 이해하면 다른 분야도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경력의 초반기에는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쌓고, 이를 토대로 나중에 전략이나 기획부서에서 자기의 뜻을 펼치는 것이 바람직한 커리어라고 생각합니다.

 둘째,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키우시기를 권합니다. 여기서 제가 말하는 커뮤니케이션능력은 글쓰기 능력과 프리젠테이션 능력을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이공계 출신들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많이 떨어진다고들 합니다.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학교 다닐 때에 커뮤니케이션 스킬이라는 것을 개발할 기회가 거의 없었으니까요. 아니, 제가 게을러서 그랬던 걸까요? 저는 파워포인트라는 프로그램의 존재를 대학원에 진학한 후에 알았습니다. 파워포인트를 배우기 싫어서, 아래한글을 가로 화면으로 만들어 비슷한 효과를 내면서 몇 달을 버텼던 기억이 납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경영대생들은 학부 시절부터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갈고 닦을 기회가 훨씬 많더군요.

 아마 프리젠테이션 능력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공감들 하시겠지만, 글쓰기 능력에 대해서는 갸웃 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주변에서 글을 잘 쓰는 사람 찾는 것이 프리젠테이션 잘 하는 사람 찾기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글을 잘 써야 말도 잘 할 수 있습니다. 간혹 나는 말은 잘 하는데 글을 쓰는 것은 자신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말이 많은 것과 잘 하는 것을 혼동하는 것입니다. 또한, 제가 그 동안 관찰한 바에 의하면, 글을 잘 쓰게 되면 부서에서 중요한 업무를 맡게 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반복이지만,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정말 드물기 때문입니다. , 한 번 중요한 업무를 맡기 시작하면 그 부서의 중요한 일들이 점점 더 그 사람에게 가기 마련입니다. , 그런 식으로 일 많아 지는 것이 싫다면할 말 없습니다만.

 글쓰기와 프리젠테이션 모두 그냥 많이 해 본다고 잘하게 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하지요. 글쓰기와 관련해서는 바바라 민토의논리의 기술”, 데루야 하나코의로지컬 라이팅”, 임재춘의한국의 이공계는 글쓰기가 두렵다”, “한국의 직장은은 글쓰기가 두렵다등을 권합니다. 딱 한 권만 고르라면 임재춘 한국의 이공계는 글쓰기가 두렵다를 고르겠습니다. 정말 단무지 공돌이 가슴에 비수를 꽂는 책입니다. 저는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마다 이 책을 꺼내 보는데, 지금까지 열 번 정도 본 것 같습니다. 늘 새롭습니다. 이 책들로 부족한 분들께는 이오덕 선생님의우리글 바로쓰기 ( 5)”를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저는 읽다가 말았습니다. 다 보고 나면더 이상 아무 글도 쓸 수 없을 것 같아서요.

 프리젠테이션에 관해서는 워낙 책이 많지만 저는 김경태 스티브 잡스의 프리젠테이션과 하영목 한국형 프리젠테이션의 완성이라는 책을 봤습니다. 내용은 대동소이 합니다. 물론 프리젠테이션은 책을 많이 본다고 느는 것이 아니지요. 연습을 많이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릴까요? 다음 학기에 베티정 교수님의 EPC 강의인 “Business Presentation”을 수강하세요. 프리젠테이션에 관한 한 대한민국 내에 이런 강의가 또 있을까 싶습니다.(KAIST MBA내 수업:편집자 주)

 지금까지 저희 회사와 제가 했던 일에 대해 소개하고, (특히 이공계 출신)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 드렸습니다. 뭔가 대화하는 것처럼 재미있게 쓰고 싶었으나, 글도 써 본 사람이 쓰는 것인지라, 수업시간에 제출하는 보고서처럼 드라이 하고 무미건조한 글이 되어버렸네요. 어쩌겠습니까

여기까지 읽어 주신 분들께 감사 드리고 이 글을 계기로 더 많은 사람과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지금은 암으로 돌아가신 제 첫 번째 직장상사가 제게 여러 차례 해 주셨던 말씀인 “Only the paranoid survive (by Andy Grove, former CEO of Intel)”라는 구절로 글 마치겠습니다.